이직 후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회고

@남제이 · 2024년 07월 28일 · 7
회고이직 후 1년데이터 엔지니어생각정리

이직 후 회사에 적응하기

길고 긴 취업 준비 기간이 지나고 지난 해 8월 초에 이직에 성공하여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이직했던 회사는 Eazel 이라는 미술품 컨텐츠를 생산하고 미술 옥션 기록들을 보여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였다.

입사하고나서 기본적인 업무에 대해서 이해하고 적응해나갔고 다행히도 나와 같은 날에 입사했던 입사 동기가 있어서 나름 재밋게 적응해나갔던 것 같다. 회사가 9주년을 맞아 간소하게 파티에도 참여하면서 다른 분들과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고 맛있게 음식도 먹고 와인도 마셨다. 그리고 간간이 간식을 나누어주셔서 일을 하다가 간식을 먹는 재미도 있었던 것 같다.

갑작스런 입사 동기의 퇴사 결심

그렇게 2주가 지난 뒤 입사 동기가 퇴사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바로 퇴사를 하게 되었다. 동기분이 담배를 피셨는데 열심히 바람쐴 겸 나가서 얘기를 들어주고 했었는데 그 때마다 들은 얘기들을 정리해보면 업무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고 동기분이 경력이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알려줄 때 자기를 무시한다고 느낀 부분들도 있으셨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와 회사 분위기가 맞지 않는다고 느끼셨기에 퇴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신 것 같았다.

사실 나도 동기분이 말씀하신 부분들에 대해서 들으면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어렵게 취업한 만큼 최대한 긍정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했었기 때문에 애써 외면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에 감정적으로 휘둘리고 싶지도 않았고 회사와 맞지 않는 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동기를 붙잡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업무 트러블이 생기다

그렇게 동기분이 나가시고나서 나는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해나갔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 업무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 그 당시 팀장님이 기술적으로 알려주고 하는 부분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었다. 그 이유는 페어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같이 공부하고 프로그래밍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 의견과는 상관없이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프로그래밍하고 모든 것들 다 해버리시는 바람에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왜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같이 프로그래밍하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면서 해나갔다면 좋았을텐데 같이 하는 것이 아닌 팀장님이 모든 것을 하고 나는 그저 보고있는 게 다였기 때문에 이럴거면 굳이 내가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직접적으로 말씀드렸다.

이렇게 같이 공부하고 코딩하는 것도 좋지만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팀장님이 혼자 다 하시고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현타가 많이 오고 내 일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된다. 차라리 내가 혼자 다 해보고나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팀장님께서는 전혀 모르고 계셨다면서 미안하다고 하셨고 그 이후에는 잘 물어보지 않았고 질문을 하더라도 최대한 애매하지 않도록 확실한 대답이 나올 수 있게 질문을 하려고 했던 것 같다.

예전의 나였다면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부분이 있다면 그냥 무시하고 참고 외면하려고 했겠지만 이번에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나에게도 팀장님에게도 앞으로 같이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최대한 참았다가 말씀을 드렸던 것 같다.

사실 이 순간에 퇴사한 동기분이 한 얘기들이 많이 떠올랐던 것 같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동기분이 빠르게 퇴사 결정을 하신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럼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할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이후에는 크롤러를 만들고 스케줄러도 만들고 파이프라인도 만들면서 그동안 내가 해보고 싶었던 업무들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문제가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개선 방향을 제안하고 피드백을 받아서 적용해보는 경험도 해보고 내가 그동안 배운 지식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

새로운 팀원이 들어오다

시간이 지나 입사한 지 두 달 뒤 신입 한 분이 들어오셨고 그리고 한 달이 지나 AI Researcher 분도 입사하게 되서 팀원 수가 많이 늘게 되었다.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팀 내에서 정해야하는 부분들도 많았고 협업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많이 느끼게 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세, 네달 동안은 열심히 일하고 웹 서비스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내가 맡은 부분이 생겼고 정말 처음으로 서비스와 관련된 데이터 업무를 맡아 야근을 해가며 일을 했었던 것 같고 데이터를 서빙하고 테이블을 만들어 개발자분께 전달드리고 하는 업무들을 하다보니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2023년 한 해 마무리

그렇게 2023년은 정말 고생 끝에 취업을 할 수 있었고 취업하고나서 일을 열심히 했던 것 같고 나름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며 지나갔던 것 같다. 2023년 한 해는 정말 너무 힘들 시기였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한 해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해였던 것 같다.

말로만 듣던 임금 체불...?

그렇게 2024년 새해가 찾아왔다.
새해가 되자마자 갑자기 회사 내부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 전용 계좌의 출금이 막히게 되었고 그로 인해 급여를 줄 수 없다고 전달받았다. 이게 무슨 일인지... 처음에는 너무 당황스럽기도 했고 그래도 일이 잘 해결되고나서 급여가 들어오겠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급여를 언제 줄 수 있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물어봐야만 대답을 얻을 수 있었고 반복이었다.

이런 과정에서 정말 지치기도 했고 회사에서는 미리 얘기를 해주지 않아 너무 답답하고 점점 회사에 대한 신뢰가 깎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금방 나올 줄 알았던 급여는 1월.. 2월.. 3월이 되어서야 그동안 받지 못했던 급여를 받게 되었다.
정말 세 달 동안 급여가 나오지 않다보니 생활비도 빠듯했고 매달 나가는 고정 지출에 최대한 돈 나가는 것을 제한해야했고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경제 활동을 중단해야했고 적금을 깨고 비상금을 털어가며 생활했던 것 같다.

정말 신기했던 건 개발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에서는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급여가 나오지 않는다면 당연히 나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야 하고 해결하려고 해야하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았고 괜히 얘기를 꺼내서 회사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았던 건 아닐까 싶다.

그렇게 4월이 되고 급여가 나올 줄 알았지만 또 다시 급여가 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지금까지 급여가 나오지 않고 있다. 다시 급여가 밀린다는 말에 팀의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회사는 아무 말도 없었고 그래서 우리가 직접 회사분들에게 면담을 요쳥해서 급여가 언제 나오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미리 알려달라고 그리고 보상이나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요청했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에 대한 신뢰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되었고 나도 이직 준비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추구하는 팀원

새로 들어온 분과 같이 일을 하게 되면서 팀 내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게 되었고 대화의 내용도 많이 변하게 되었다. 팀 내 분위기는 거의 대학교 동아리와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서로 장난을 많이 치고 짜증내고 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었다. 물론 내가 입사하기 전에 계시던 분들이 대학 친구였기 때문에 공과 사의 구분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은 들었지만 신입분이 들어오게 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분위기가 일하는 분위기가 아닌 동아리 분위기로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다. 동아리처럼 분위기가 변하게 되면 당연히 자연스럽게 친근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겠지만 업무를 할 때에도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정말 업무에 많은 지장을 주기 때문에 나는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감정이 태도가 되는 부분이었다. 나는 업무를 하면서 감정이 태도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이다. 하지만 팀원 한 분이 매사 감정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았고 짜증을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부분에서 매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자연스레 나는 팀 내에서 말을 줄이게 되었고 대화를 기피하게 되었던 것 같다. 팀원분도 그걸 느꼈는지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단둘이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고 서로가 가진 오해에 대해서 풀게 되었고 팀원분의 행동에 대해서 내가 했던 생각들을 솔직하게 말해주었던 것 같다.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말을 줄이고 대화를 피한 부분에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먼저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 애기를 해주었다면 팀원분도 조심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업무를 하면서 감정이 태도가 되게 되면 그 감정이 다른 사람들에게 옮겨지고 나 또한 그런 감정들이 옮겨져 업무를 하는데 감정적으로 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업무를 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을 가지고 있고 당연히 감정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프로다운 사람이라면 나는 되도록 감정을 빼고 업무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퇴사 릴레이

그렇게 5월 말에 급여가 나오지 않음에도 버티고 버티던 개발자분들이 회사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로 인해 개발팀분들 전부 퇴사하게 되었다. 나는 휴가였기 때문에 그 당시 자리에 없었지만 휴가 이후에 출근해보니 다들 퇴사한다고 전달받았고 매우 당황스러웠다. 퇴사를 해서 당황한 게 아니라 당연히 퇴사를 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동시에 다 같이 나간다고 해서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그 이후 팀 내에서도 두 분이 퇴사를 하게 되어 개발과 관련된 팀원분들 대부분이 퇴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진행하던 업무들은 대부분 중단되었고 서비스도 중단되어야할 상황에 놓여 진행중에 있다.

이직 준비

다들 퇴사하는 순간에 나도 이 회사에 더 이상 다닐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지만 퇴사할 수 없었다. 지금 퇴사하게 된다면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겪었던 취업 준비는 과정이 너무 힘들 것 같았고 회사 다닌 지 1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커리어 상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채용 시장이 많이 좋지 않아 지원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았다.

그래도 면접을 보기도 했지만 최종 면접까지 가서 탈락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정말 많은 고민이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첫 직장에서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개발 직무로 바꾸게 되었고 어떻게 보면 커리어의 반을 포기하는 셈인데 내 총 경력을 어느 정도 쌓였지만 결국에는 데이터 엔지니어로써는 경력이 적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이 내가 채용 시장에서 좋지 않게 보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 내가 정말 데이터 엔지니어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지금 부족한 게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정말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 같다.

급여가 나오지 않는다는 조급함과 불안감.. 그리고 아직 경력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의 이직 준비... 계속되는 면접 불합격 소식에 자존감은 많이 떨어져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힘들었던 점은 회사에 대한 마음이 떠난 상태에서 회사에서 일을 해야한다는 점과 급여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과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도 꺾이게 되었고 한편으로는 회사에 나와서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압박감도 있었기 때문에 상반되는 두 생각의 충돌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 이런 부분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가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년 회고 마무리

입사한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하니 정말 시간이 너무 너무 빠르다. 1년이란 시간을 돌이켜보니 1년 중 반 이상을 급여가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는데 시간을 보냈던 것 같고 긍정적인 생각보다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보낸 시간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정말.. 1년 회고를 적을 때 내가 얼만큼 성장했고 어떤 경험을 했고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을 하고 싶은 이야기만 가득 담고 싶었는데 대부분 급여가 나오지 않아 힘든 내용만 적은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하다. 입사할 때 최소한 3년 이상 이 곳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커리어를 쌓고 정말 많은 경험을 하고 싶었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었고 나도 데이터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여 시작했지만 막상 현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고 수많은 선택들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의 연속이었고 그렇게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지금까지 버텨내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여자친구의 따뜻한 위로와 항상 잘될거라고 응원해 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위로와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정말 누구보다 열심히 버티고 있고 포기하지않고 무엇이라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말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가 더 잘되서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보답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마무리

정말 여기에 적은 것보다 1년 간 수많은 크고 작은 일들을 겪었고 다 적지는 못했다. 1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나에게는 정말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일도 많이 겪었고 사람들과의 작은 트러블도 많이 겪었고 그 안에서 나 스스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는 시간도 많이 가졌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직을 위한 준비를 계속해서 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블로그도 새로 만들어가고 있고 알고리즘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 앞으로 지금 상황보다 나아진다거나 급여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대한 신뢰가 남아있지 않아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현실적인 생각과 고민을 통해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행동하려고 한다. 매우 힘든 시간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다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가 단단해지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려고 한다.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무너지더라도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서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버티다보면 언젠가는 지금 이 시간을 웃어 넘길 수 있길 바래본다.